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비상 경영' 체제에 나서며 국내외 무대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더팩트 DB, 뉴시스 제공

'1위 총수' 이재용 '4대 그룹 맏형' 최태원 '리더십'에 쏠린 눈[더팩트 | 서재근 기자]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화 없이는 서든데스(돌연사)할 수 있다."(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식하는 대외 불확실성 위기감은 표현의 방식에만 차이를 둘뿐 그 강도에는 조금의 차이도 없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하루아침에 영향권 1순위에 오른 두 그룹의 수장은 각자의 방식으로 '비상 경영' 체제를 풀가동하며 국내외 무대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이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 사실상 국가 간 '외교' 루트로는 사태 수습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재계 1위 그룹 총수와 4대 그룹 '맏형'의 리더십에 거는 재계 안팎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자'던 아버지보다 전면에 선 리더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발언으로 지금까지도 회자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선언 못지않은 직설적이고 과감한 행보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보여주는 경영 행보에 대한 재계 안팎의 평가다. 지난 2014년 이 회장의 와병 이후 사실상 그룹 최고의사결정권자 자리에 오른 이 부회장은 그동안 철저한 역할 분담을 통해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해 왔다. 각 사업 분야 전문경영인(CEO)들에게 실무를 맡기되 삼성의 얼굴로써 글로벌 파트너들과 네트워크를 다지고 초대형 인수합병(M&A)을 비롯한 굵직한 현안에 관한 의사결정은 주관하는 방식이다.

6년여 동안 공식 석상에서 그룹의 대표 자격으로 '공언(公言)'하는 이 부회장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었던 것 역시 이 같은 경영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최근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엿새간 일정으로 소화한 일본 출장과 관련해 재계 안팎에서는 "위기 대응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7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반도체 필수 소재 수출 규제 해결 방안 모색 차 일본으로 출국하는 이 부회장. /뉴시스 제공

6일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5일) 오후 주요 사장단을 소집해 비상경영회의를 열었다. 일본 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전기와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전자·부품 계열사 사장단과 최고경영진이 총집결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긴장은 하되 두려워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자"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을 기점으로 DS(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IM(스마트폰·통신장비)부문 사장단은 물론 전자 계열사인 삼성전기, 비(非)전자 계열사인 삼성물산 수뇌부와 주말도 반납한 채 회의를 소집해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 수립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순히 '보고 받는' 형태가 아닌 '함께 논의하되 주문할 것은 주문하는' 형태로 변화를 꾀한 것이다.

재계 서열 1위 총수로서의 대외 활동에도 변화가 뚜렷하다. 지난 6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5대 그룹 총수의 승지원 차(茶)담회를 비롯해 지난달 일본 최대 소프트웨어 유통회사이자 IT 투자기업인 소프트뱅크 수장 손정의 회장과 회담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실력자들과 재계 총수들의 만남 성사 과정에서 교두보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엿새간 일정으로 소화한 일본 출장 역시 위기 대응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재계에서는 대를 이어 구축한 삼성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대일 인적네트워크가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 요소가 되길 바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제계가 놓인 위기 상황은 정부만의 노력으로, 민간 기업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이미 지났다"며 "재고 확보를 비롯해 소재 국산화에 작업이 조금이라도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여름 휴가도 반납한 채 SK하이닉스의 원자재 수급 방안 등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더팩트 DB

◆ 재계 목소리 대변하는 4대 그룹 '맏형'

최태원 회장 역시 반도체 소재 수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는 등 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위기 대응을 위해 비상경영에 나섰다. 임직원들의 '워라벨'을 강조하는 최 회장이지만, 올해는 여름 휴가도 반납한 채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사장에 이어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원자재 수급 방안에 대한 논의를 위해 잇달아 일본 출장길에 오른 것 역시 비상경영에서 나온 전략 수립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 회장의 일본 출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지난달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그는 "일본에 갈 일이 생기면 갈 것이다"며 "우리가 도울 일은 돕고 우리가 필요한 일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경제계 내부에서 최 회장의 역할론 역시 주목받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안팎의 기대가 대일 네트워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최 회장은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4대 그룹 총수 '맏형'으로서의 리더십으로 주목받는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은 대한상의 제주포럼이다. 당시 최 회장은 반도체 소재 국산화 논의 과정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불화수소를 대체재로 활용하는 방안과 관련해 "공정에 맞는 제품을 국내 업체가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며 소신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의 이날 발언과 관련해 경제계 안팎에서는 국내 기업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일본 수출 규제 여파로 기업이 겪을 수 있는 애로사항에 관해 목소리를 냈다는 상징성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항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선도했지만, 오늘날 상황은 다르다"며 "기업에서 '어렵고, 힘들다'는 목소리를 확실하게 낼 수 없다면 정부와 유연한 호흡도 기대할 수 없다. 정부와 기업이 생산적인 대화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도 더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원문 출처 [TF초점] 삼성 이재용·SK 최태원 '닮은꼴 리더십' 불확실성 대응 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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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엔화 환전 금액이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에 전시된 엔화의 모습. /뉴시스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8월까지 이어질 듯[더팩트|이지선 기자] 시중은행의 7월 일본 엔화 환전액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 줄었다. 일본 수출규제로 촉발된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 여행이 큰 폭 줄어든 것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5일 시중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엔화 환전액은 총 251억2975만 엔(한화 약 2885억3978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고객에게 엔화를 판매한 전체 집계로 대면 거래와 비대면 거래를 합친 실적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7월에는 300억6852억 엔(한화 약 3454억2670만 원)이 환전됐다.

7월이 여름 휴가 등 여행 '성수기'인 것을 고려할 때 환전액이 이처럼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환전량 감소가 일본 불매운동과 관련이 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부분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부터는 여행 수요에 따라 환전량이 많아지는 양상이 보이곤 하는데 줄어든 것은 그만큼 여행 수요도 적어졌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일본 여행 감소세에 따라 엔화 환전량이 8월에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엔화 환전이 크게 줄어든 시기는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다. 지난 6월부터 환테크 대상으로 엔화가 관심을 받으면서 월초에는 환전량이 늘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휴가철인 월말로 가면서 급격하게 줄어들게 된 것이다.

엔화 환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본 여행객 추이도 7월 중순 이후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토교통부의 항공 통계에 따르면 7월 16일부터 30일까지 일본 여행을 다녀온 승객은 46만7259명으로 상반기(1~15일) 일본 여행객 50만1122명에 비해 8%가량 감소했다.

특히 불매운동 시작 전인 지난 6월(53만9660명)과 비교하면 13.4%까지 감소 폭이 커졌다. 이에 더해 항공권 예약률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을 정리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8월까지도 엔화 환전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일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방침 이후 반일 감정이 더욱 거세졌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전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일본 여행 등을 보이콧하는 불매운동의 여파를 실감하고 있다"며 "은행 뿐 아니라 카드업계도 휴가철을 맞아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에서 일본을 대상에서 빼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atonce51@tf.co.kr

원문 출처 [日 불매운동] 휴가철 여행 수요 둔화에 엔화 환전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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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현 나노브릭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상장에 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여의도=지예은 기자

주재현 대표 "글로벌 선도 기업이 먼저 찾는 회사"[더팩트ㅣ여의도=지예은 기자] "나노브릭은 전세계 다양한 산업의 선도 기업들이 혁신적 신제품을 함께 만들기 위해 먼저 찾는 회사입니다."

나노브릭이 전세계에 기능성 나노 신소재를 공급하는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성장하고자 이달 기술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다. 나노브릭은 2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에 대한 각오와 포부를 밝혔다.

이날 주재현 나노브릭 대표는 "다양한 산업으로 액티브 나노 플랫폼의 적용범위를 넓혀 전세계에 기능성 나노 신소재를 공급하는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007년 설립된 나노브릭은 기능성 나노 신소재 전문기업이다.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액티브 나노 플랫폼을 구축했다. 액티브 나노 플랫폼은 전기장과 자기장 등 외부신호에 따라 나노 입자의 위치나 간격을 미세하게 조절해 색, 투과도 등을 변화시킨다.

주 대표는 "액티브 나노 플랫폼을 토대로 자장에 따라 색이 변하는 자기색가변 소재(MTX) 양산화에 성공했다"며 "이를 통한 첫 응용 제품으로 자기장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정품인증 솔루션 'M-Tag'(엠태그)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엠태그는 나노 보안신소재를 기반으로 복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고무자석, 핸드폰 스피커 자석 등 생활자석을 통해 손쉽게 정품을 확인할 수 있어 정품인증 솔루션 시장에서 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정품인증 솔루션인 홀로그램과 QR 코드 등은 복제가 용이하고 복제 여부 확인도 어려워 보안성 및 실효성이 낮은 한계가 있었다는 게 주 대표의 설명이다. 이에 중국에 주로 수출하는 JM솔루션과 에이바이봄 등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나노브릭의 정품인증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주 대표는 "지난 2016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12억 장 이상을 판매했다"면서 "패키지에 나노 신소재를 직접 인쇄해 부착비용과 제조비용을 절감하는 'M-Pac'(엠팩)을 출시해 보안성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고 밝혔다.

주재현 대표가 회사의 성장 전략과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나노브릭 제공

연결 재무제표 기준 나노브릭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72억 원, 당기순이익은 9억 원이다. 올해의 예상 매출액은 86억 원으로 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각오로 흑자전환을 노리고 있다.

화장품 산업의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전자제품, 의류, 쥬얼리, 산업부품 등으로 적용 산업군 다변화에도 힘쓰고 있다. 여권, 인증서, 지폐 등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첨단 보안인쇄 시장까지 사업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첨단 보안인쇄 시장의 첫발로 중국 조폐잉크공사와 전략제휴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보안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며 "이를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 담배시장과 주류, 차 등 다양한 브랜드에 보안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글로벌 소재 전문 유통기업 DKSH와 손잡고 유럽과 일본, 미국 등으로도 시장을 향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상장을 통해 액티브 나노 플랫폼으로 제작되는 다양한 신소재의 적용 범위도 점진적으로 넓혀 나갈 방침이다.

주 대표는 "자기·전기장에 따라 색조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성 화장품 소재, 한 가지 잉크에서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있는 기능성 잉크, 외부 전기 신호로 색상 및 패턴이 변하는 색가변 필름, 전기 신호에 따라 투과도가 변하는 스마트 윈도우 필름 등의 소재를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노브릭은 상장을 통해 조달한 공모 자금 가운데 엠태그의 생산을 본격화하고 원재료를 매입하는 데 12억 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또 올해 2억 원, 내년 16억 원 등 18억 원의 부채를 상환해 재무 건정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한편 나노브릭의 공모 규모는 총45만6000주로 희망 공모가 밴드는 1만8000~2만2000원, 공모 예정 금액은 82억~100억 원이다. 지난 1일과 이날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7~8일 공모청약을 받는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19일로, 상장 주관사는 KB증권이다.

jie@tf.co.kr

원문 출처 [TF IPO] 나노브릭 "액티브 나노 플랫폼으로 소재 공급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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